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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불공정거래

기업사냥형 불공정거래 - M&A 기업인수와 작전의 실체 (feat.모빌링크텔레콤)

코스닥 X파일

 

예전에 사뒀던 책인데 최근 다시 읽게되었습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분의 내공을 알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조금더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해 보자입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가 읽어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주가조작이라는 것이 간단하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치밀하면서도 다수의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짓거리를 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밉니다.

 

먼저 소개해 볼 불공정사례는 모빌링크의 M&A와 작전입니다. 너무 길어 한 문단씩 서보려고 합니다.

 

1. 한국기술투자에서 M&A 담당 부사장인 'L'씨는 2006년에 개인 부띠크 업체인 '디에스써클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힙니다. 이후에 자신의 이름의 딴 자본금 5천만원짜리 엘와이케이기술투자를 만들고 기업인수에 뛰어 듭니다. 그 첫번째 대상이 바로 코스닥 상장 기업이었던 '모빌링크텔레콤'이었습니다. 모빌링크는 코스닥에서 꽤 건실한 기업이었습니다. 휴대폰 부품과 액세서리를 제조하면서 휴대폰 개발사업에도 치중하고 있었고 중견기업의 모습을 착실히 갖춘 기업이었습니다.   

 

2. 주식양수도계약에 의해서 모빌링크의 최대주주로 엘와이케이가 들어오게 됩니다. 당시의 엘와이케이는 자본금 5천만의 소형회사였습니다. 단순히 기업인수만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 Special Purpose Company)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엘와이케이가 설립되던 그날 또하나의 기업이 설립되는데, 바로 디에스써클입니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작전

 

3. 당시 디에스써클의 자본금은 5천만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2007년에는 납입자본금을 7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그 자본금 출처중 한 곳이 디에스써클 유상증자에 모빌링크가 참가해 30억을 투자했던 것입니다. 이는 디에스써클의 지분의 7.89%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는데 이를 역산해보면 30억/0.0789 = 380억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디에스써클의 가치를 380억에 해당한다고 본것이죠.

 

4. 하지만 디에스써클의 총자산은 4천만원에 매출액 4백만원 순이익은 910만원으로 동네 상점수준의 회사였습니다. 이런 회사에 모빌링크라는 상장회사가 주당 2만 7,159원에 30억을 투자한 겁니다. 디에스써클은 2009년에 폐업신고를 해버렸고 모빌링크가 투자한 돈과 주식은 사라졌습니다.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입니다.

 

5. 'L'씨는 그후 모빌링크의 유상증자를 준비합니다. 일반 공모를 거치지 않고 제3자 배정을 통해 잘 아는 기관과 지인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렇게 아는 사람끼리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전액 인수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의 케이스가 있습니다. 

 

(1) 하나는 회사의 기존 사업이 확연히 좋아지거나 신규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경우

(2) 다른 하나는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주가를 띄울만한 충분한 재료가 있는 경우

 

를 의미합니다. 두번째 경우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해외 자금유출 등을 통한 재산 밀반출에 공모하고 과실을 분배하는데 가담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회사사정을 잘 알 수 있는 내부자일 가능성이 큰 것이죠.

 

타법인투자를 통한 작전

 

6. 또다른 작전은 바로 타법인 투자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모빌링크는 현재 진행중인 사업의 원활한 시장 확충을 위해 주식회사 베컴과 주식회사 이성엔지니어링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주식회사 베컴의 투자금액은 100억원(1,360,000주 * 7,353원/주, 지분율 85%)이었고 

주식회사 이성엔지니어링의 투자금액은 115억원(100,000주 * 115,000원/주, 지분율 50%)이었습니다.

 

7. 하지만 주식회사 베컴은 설립된지 만 3년이 된 기업이었고 비상장 회사였습니다.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상장거절의 위험, 상장까지의 시간과 기회비용을 고려해 통상 시장가격에서 약 70~80% 정도만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통상적인 기업가치 산정 방법입니다. 하지만 베컴의 PER은 25.7배, PBR은 9.3배로 계산해 투자하여 약 12억~18억 수준이 적당한 회사를 117억 수준의 기업으로 평가하고 투자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의도적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8. 이후 베컴은 2004년 설립 후 약 5년만에 2009년 8월 19일 폐업 신고를 해버립니다. 모빌링크의 100억 투자금액은 디에스써클과 같은 운명을 맞아 폐업신고를 합니다. 이는 모빌링크 상장폐지의 중요한 단초역할을 하게 됩니다. 2008년 모빌링크는 베컴의 누적손실로 인해 장부가액 100억원을 상각처리하게 됩니다.

 

9. 두번째 투자회사인 이성엔지니어링은 건실한 중소기업이었습니다. 외감법인이었고 12년 연속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온 우량기업이었습니다. 모빌링크는 2007년 투자당시 회계법인을 통해 이성엔지니어링의 전체 회사 가치를 252억원으로 평가합니다. 액면가는 1만원이었으니 주당 12만 6,211원으로 평가한것이죠. 문제는 주당 영업이익인데 2006년 영업이익을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주당 영업이익이 640원이 나옵니다. 위의 12만 6,211원과 비교했을 때 이는 197배로 평가해버린 것입니다. 너무 고평가를 해버린 것이죠. 이후 모빌링크는 이성엔지니어링을 95억에 매각하고 28억의 손실을 기록합니다.  

 

상장폐지

 

10. 모빌링크는 베컴과 이성엔지니어링을 인수한 이후에도 자본금 20억짜리 주식회사 단성기술을 설립합니다. 'L'씨가 단성일렉트로닉의 22.81%를 소유합니다. 하지만 이후 단성일렉트론도 상장 폐지의 길을 걷습니다.

 

11. 엘와이케이가 2007년 모빌링크를 인수한 이후 2008년 한해 동안 모빌링크는 철저히 망가집니다. 대손상각 66억, 외화환산손실 191억, 매도가능증권 감액손실 49억, 지분법적용주식 처분손실 81억 등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2009년 모빌링크는 감사의견 비 적정설로 인해 거래소의 조회공시를 요구 받았고 그해 3월 30일부터 거래가 정지됩니다.  모든 고통은 모빌링크의 소액주주들이 부담해야 했습니다. 이후 모빌링크는 상장폐지 수순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12. 주인이 바뀐 모빌링크의 새 경영진은 전 대표이사 'L'씨를 100억 규모의 횡령과 배임혐의로 고소합니다. 'L'씨가 투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했던 모든 회사들은 상장폐지가 됐습니다. 상장폐지가 의미하는 것은 이 회사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에게는 나눠줄 케이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인이 바뀌는 코스닥 회사들은 자의건 타의건 주가조작을 위한 선수들이 들러붙기 마련입니다. 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일종의 호재를 들고 회사에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부양시키는 좋은 소재가 됩니다. 이 회사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만들고 어딘가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가 아닌지 반드시 확인 해야 합니다.